전쟁위기와 한반도 그리고 부상하는 다극화 경제질서

 

1.주권평등 흐름과 고조되는 전쟁확산위험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세계질서 전환 흐름이 보다 빨라지고 있다. 하나는 브릭스국가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세계경제질서를 구축하려는 흐름이 본격화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세계적인 자주와 주권평등의 흐름이 대세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신 냉전적 양극질서로 이를 막으려는 흐름이 부딪혀 세계 도처에서 정치, 군사, 경제적 위기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한반도를 비롯한 세계 도처에서 전쟁위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새로운 세계 질서를 향한 탄생의 고통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현재 세계적인 자주와 주권평등의 양상은 크게 3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하나는 세계 150여개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를 제재하라는 미국의 압박을 거부하고, 정상적 관계를 계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미국의 뒷마당이라던 중남미 거의 대부분의 나라들이 자주적인 정부로 교체되었다는 점이다. 이제 10월 브라질 대선에서 룰라로 대표되는 비미적 정부가 들어서면 중남미 전체는 미국의 요구에 순종하지 않는 자주적 흐름이 자리 잡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유럽과 중동의 친미국가들내에서도 러시아 제재를 거부하고 자주적 입장을 세우려는 나라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튀르키예, 세르비아, 헝가리, 사우디아라비아는 확실히 미국에 돌아섰고, 이스라엘마저 러시아 제재를 거부하고 양다리를 걸치며 눈치를 보는 실정이다. 물론 사우디를 추종하던 오펙(OPEC)회원국들 역시 친미적 태도를 바꾸었다, 이런 흐름들은 모두 주권평등의 새로운 다극화 세계질서를 이루어 나가는 기반이다.

중러는 이러한 세계적인 자주화흐름을 기반으로 브릭스 5개국을 축으로 한 브릭스플러스를 구성하고,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의 신흥국들이 대거 참여하는 (가칭)브릭스경제질서 구축을 본격화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경제질서가 무너지는 조건에서 다극화 세계질서의 일환으로 국제적 남남협력을 근간으로 하는 새로운 경제질서가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세계 대다수 국가들은 미국의 압박과 요구를 거부하고 자주적 입장을 세우고 있다. 세계 인구의 85%68억 인구다. 특히 남미의 한국이라 불리는 콜롬비아에서 미국의 간섭을 뿌리치고 자주적 정권을 세운 것은 역사적 사건이다. 이로써 중남미는 더 이상 미국의 뒷마당이 아닌 다극화 세계질서를 세워나가는 한 축으로 자리 잡아 갈 것이다.

그렇지만 지배와 간섭을 생존방식으로 하는 미국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는 현상이 확산되면서 미국의 위기감은 세계 각 지역에서 추가적인 분쟁을 촉발시키고 있다. 현재 전쟁위기가 높아진 지역은 유럽에서는 세르비아와 코소보, 중동에서는 이란과 이스라엘, 아시아에서는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대만과 한반도다. 이 모든 분쟁의 공통점은 모두 미국이 개입되어 있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은 유럽동맹을 아시아로 끌어들여 아시아동맹과 연합시키는 아시아판 나토를 준비하면서 북과 중국을 향한 대결의 날을 더욱 세우고 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에서도 유럽최대 핵발전소인 자포리자 원전이 포격을 받아 자칫 체르노빌 이상 가는 핵재앙이 우려되고 있다. 여기에 인근 수력발전소까지 공격받으면서 원전 가동에 필수인 냉각수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양측은 서로 포격을 가했다고 주장하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핵 테러스트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전 미 해군정보국 요원이자 UN 무기사찰관이었던 스콧리터(Scott Ritter)우크라이나와 서방 지지자들은 유럽최대 핵발전소에 대한 자살공격의 책임을 져야한다”(“Ukraine and its Western backers should be held accountable for the ‘suicidal’ attack on Europe’s largest nuclear powerplant”. <RT>. 8.10)고 강력히 비판했다. 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군 관할지역에서 날아온 포탄궤적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유엔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조속한 방문과 조사를 요청했다. 사실 객관적으로 러시아가 승리가 거의 굳어진 조건에서 수많은 비난을 받고 명분도 잃을 핵시설을 공격할 이유는 없다. 그것도 자신들이 장악하여 관리하는 핵시설을. 분명한 것은 이런 국제적으로 금지된 군사공격이 계속된다면 전쟁은 더 격화될 것이고, 핵재앙으로 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기로에 섰다.

 

2. 고조되는 아시아의 전쟁위기

1) 미국의 전쟁유도. 중국의 강경대응

최근 세계의 이목을 끈 미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의 대만 방문은 미국이 어떻게 분쟁을 격화시키고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 실례다. 중국은 이 방문에 대해 미국이 합의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저버리고, 중국 주권을 난폭하게 유린한 폭거로 규탄하고 주권수호를 위해 군사행동을 비롯 강력한 대응을 할 것임을 경고했다. 그러나 펠로시는 아랑곳없이 대만을 방문하여 중국을 비난하고, 대만에 대한 지원을 다짐했다. 이 결과 대만 분리독립세력은 더 힘을 얻어 중국과의 군사적 긴장은 더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러시아투데이(RT)는 지난 2펠로시의 대만 방문은 분쟁을 만들기 위해 기획되었다” (Pelosi’s Taiwan trip is designed to create conflict)라는 제목의 컬럼에서 이런 움직임은 중국과의 전면전(major confrontation)을 촉발하기 위한 사전 계획된 도발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즉 이번 모험적 방문은 펠로시 개인의 정치적 야심의 결과가 아니라 중국을 전쟁으로 끌어내기 위해 미 지배세력이 준비한 방아쇠(Trigger)‘라는 것이다.

사실 미국이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예상하지 못했을 리 없다. 중국도 시진핑 주석이 직접 나서 바이든대통령에게 불장난을 즐기면 불에 타 죽을 수 있다고 정상회담에서 있을 수 없는 표현까지 써가며 최대로 경고하였다. 그럼에도 방문을 강행한 것은 전쟁위기를 고조시켜 신냉전적 양극질서를 구축하려는 미 지배세력의 계략(ploy)인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은 펠로시 방문 시점에서는 직접적 군사행동에 나서지 않아 이 계략에 말려들지 않았다. 그러나 즉각적으로 역사상 처음 대만에 대한 포위사격훈련, 양안 중간선 무력화, 미사일 타이베이 상공 비행, 실전훈련 일상화, 대만에 대만 각종 무역규제 등 강력한 대응을 하였고, 미국과 기후변화, 무역, 마약 단속 작전, 군비 통제 관련 논의를 모두 중단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즈는 중국 통일전략의 전환점으로 봐야한다고 보도했다. (<연합>. 8.11) 중국이 이제 더 이상 인내하지 않고, 미국과의 관계에서 루비콘 강을 건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어 중국은 1022년만에 통일백서;를 발간하고, 평화통일을 추진하되 무력사용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왕이 외교부장은 펠로시의 대만방문은 철두철미 정치적 도발이라고 규정하고 "그의 대만방문은 통일 대업을 확고히 추진하게 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이제 더 이상 미국의 선의, 대화를 기다리지 않고 통일에 속도를 낼 것이 분명해 보인다.

2) 한반도 거대한 군사 위기

분쟁을 더 격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곳은 한반도도 마찬가지다. 한미는 22일부터 시작되는 이번 한미합동군사연습을 "국가 총력전 개념의 전구(戰區)급 연합연습" 전시체제실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공식적으로 총력전, 전시체제를 거론한 것은 거의 처음이다. 이제 총력전에 부응하는 공무원들이 총동원되는 을지연습, 이와 통합한 여단급의 야외기동훈련과 미국의 핵전략자산 투입 재개 등 적대적 군사행동 강화는 그 규모와 상관없이 군사위기를 극도로 높일 것이다.

이에 대한 북의 대응도 대단히 강경하다.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달 27일 전승절 기념대회에서 "(미국이)조미관계를 더이상 되돌리기 힘든 한계점으로, 격돌상태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하고, “우리의 안전과 근본이익을 계속해 엄중히 침해하려 든다면 반드시 더 큰 불안과 위기를 감수해야만 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그리고 윤석열정부에 대해서도 "더 이상 윤석열과 그 군사깡패들이 부리는 추태와 객기를 가만히 앉아서 봐줄 수만은 없다"고 인내가 한계에 이르렀음을 밝히고, 남측이 선제타격등 위험한 시도에 나설 경우 전멸할 것이라고 엄중 경고했다.(연합.7.28) 최근 20년간 남측에 대한 경고로는 가히 최고 수위다.

이어 통일신보는 이번 합동군사연습을 전면 핵전쟁 도발행위"라 규정하고, "미국이 핵으로 우리를 위협하면 저들도 대등한 대접을 받을 것”(외무성 산하 평화 및 군축연구소. 7.22), 펠로시의 방한에 대해 미국은 화근의 대가를 톡톡히 치뤄야 할 것” (외무성 보도국장. 8.6)이라고 연이어 강력히 경고하였다.

이와 관련 주목할 점은 지난 4월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다, 당시 그는 남측이 군사적 대결을 선택한다면 부득이 핵전투무력이 나서 전쟁초기 주도권 장악, 타방의 전쟁의지 소각, 장기전 방지, 자기 군사력 보존을 위해 일거에 제거하겠다는 경고는 북이 미국의 핵위협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시사한다.

이미 북은 지난 6월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대적투쟁, 강대강, 정면승부의 원칙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과거 정면돌파에서 정면승부로 바뀐 것이다. 중대한 변화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북의 한미합동군사연습에 대한 대응은 과거 수준을 뛰어 넘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여기서 대적투쟁은 지난 20206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남측에 대한 대적행동을 준비하다 보류된 바 있다. 당시 대적행동의 직접적 계기는 남측의 삐라살포였다. 그리고 이번에도 그 삐라살포와 동봉된 색다른 물건이 문제가 된 것이다. 10일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남측에서 날려 보낸 색다른 물건짝이 북의 코로나19 발생 원인이라 규정하고 비루스가 유입될 수 있는 위험한 짓거리를 계속 행하는 경우 우리는 비루스는 물론 남조선당국것들도 박멸해버리는 것으로 대답할 것”(연합.8.11)이라고 엄중 경고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윤석열 정부의 발언과 행태로 볼 때 삐라살포 같은 적대행위가 이 경고로 중단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이로써 한반도는 한미의 삐라살포, 핵전략자산 투입, 야외기동훈련 등 적대행동이 계속되면서 미증유의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3. 부상하는 새로운 세계경제질서

1) 경제위기의 근본 원인은 신자유주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미국 서방진영과 중러 진영간의 경제전쟁이 본격화되었다.

군사대결과 경제전쟁이 진영 간 동시에 전개되는 사변은 2차 대전 이후 처음일 것이다. 이것은 이 전쟁이 제한적인 국지전이 아니라 카라가노프 러시아 외교국방정책위원회 명예회장의 말처럼 미래의 세계질서를 놓고 벌이는 대리전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6월 푸틴대통령의 단극 세계질서의 시대는 끝났다는 상트페테르부르그 경제포럼의 연설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세계는 다극질서로 향한다는 선언이다. 이 연설은 아마도 1991역사의 종언이후 시대의 전환을 알리는 가장 중요한 선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전개되는 서방과 중러진영 간의 경제전쟁은 일시적, 부분적이 아니라 전면적이고 총체적이다. 지금의 경제위기는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다.

현재의 주로 서방진영에서 전면화 되고 있는 경제위기는 단지 주류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는 경기순환곡선의 침체국면이 아니다. 신자유주의 경제질서가 무너지고 있지만 대안의 경제질서는 아직 구축되지 않은 전환기적 양상이다. 특히 전염병, 기후, 전쟁과 같은 경제외적 상황까지 결합되면서 그 위기 양상은 사회경제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근본적이고 총체적 변화를 요구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미국은 지난 30년간 생산, 공급은 중국, 금융은 미국이라는 국제분업체계에 기초한 신자유주의경제질서를 구축하여 소위 금융자본의 천국을 만들었다. 중국의 저렴한 상품을 들여와 국내 시장경제를 안정시키고, 금융자본은 세계적인 자유화 조치를 강제해 국경을 마음대로 넘다들며 투기적이고 기생적인 금융이익과 부동산 불로소득을 증대시켰다. 그 결과 세계는 슈퍼리치 8명이 세계인구 절반의 부를 소유한 극단적 양극화와 금융과두제가 확립되었지만, 이 과정이 달러 발권력에 의거해 부채를 끌어다 쓰는 형태로 진행되어 거품경제는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20225월 현재 세계부채는 $305(40경원)에 달하고, 각종 채권에 기반한 파생상품 규모는 $2,000조달러(추정)에 달할 정도로 부채의 바벨탑은 한계에 이르렀다. 반면 미국 등 서방 대부분은 제조능력이 공동화되고 만성적 실업과 극단적 양극화로 인민적 분노는 임계치에 이르렀다. 이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없었어도 서방은 심대한 사회경제적 위기가 발생했을 것임을 의미한다.

주로 서방의 대자본가, 정치가의 집합인 사회경제포럼(WEF)도 이미 지난해 자본주의를 리셋(Reset)해야 할 때라는 의미의 거대한 재설정(The Great Reset)'를 자신들의 중심 주제로 공식화했다.(The Great Reset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에 대한 상세 설명은 <통일시대>그레이트 리셋관련 번역 참조) 이렇듯 미국, 서방의 지배세력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부터 신자유주의에 의한 사회경제위기가 발생할 것을 대비하여 사회경제질서의 전환을 준비하였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지금의 경제위기 책임을 코로나와 러시아에 떠넘기는 파렴치한 가짜뉴스만을 내놓고 있다.

2) 달러체제 붕괴위기 심화

미국 중심의 서방경제권의 경제위기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막대한 양적완화(QE)와 대중러 제재에 의한 공급망 파괴. 이로 인한 40년만에 처음이라는 심각한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는 서방권 경제전체와 이 영향 하에 있는 신흥국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 지금의 미국 및 서방 경제위기는 대내적으로 양적축소와 금리인상정책에 의한 거품경제 붕괴 위험과 대외적으로 신냉전적 경제분리 정책에 의한 공급망 분리정책의 결과다. 이 위기는 일시적인 경기하강국면의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그야말로 총체적 위기다. 이에 대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이자 군산복합체의 대부 블랙락(BlackRock)의 래리핑크 대표이사는 지난 3우리가 지난 30년간 경험한 세계화(globalization)는 끝났다.”(“세계화의 종말?.."공급망 재편으로 물가 더 뛰고 성장률 타격" <조선비즈>. 6.12)고 밝혔다.

여기에 중러에 대한 제재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와 미국 및 서방 경제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공급망 통제로 미국 및 유럽은 심각한 물자 부족과 에너지, 식량, 자원 위기를 겪고 있다. 당장의 타격은 유럽에 직접적이다. 지난 727일 유럽의 천연가스 선물가격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14.5% 폭등한 1메가와트시(MWh)228유로까지 치솟았다.(“, 유럽행 가스공급 수송용량 20%로 또 축소가스값 폭등”, <연합뉴스> 7.27.) 지난 3월 이후 최고치다. 러시아가 유럽으로 가는 가스관 로드스트림1 공급을 20%로 줄인 결과다. 이제 유럽은 석유가스전력이 더 부족해져, 생활고가 커지고 있다.

이 상태가 계속되면, 기업도산과 대량실업, 사회혼란, 반정부 운동 등이 심해져, 기존지배 정당의 인기가 떨어지고, 선거 등을 통한 정권전복이 일어나게 된다. 새 정권은 미국이나 EU당국을 무시하고 러시아와 화해해 나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EUNATO도 기능부전에 빠져 붕괴해 간다. 미국이 유럽을 산하에 넣었던 시대가 끝나는 것이다. 이 과정이 몇 년이 걸릴 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그러나 유럽 인민의 분노와 항의가 더 높아지고, 경제위기가 지속된다면 2~3년 안에 유럽정치지형은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다. 또 한편 유럽의 지배세력이 자신들의 지배력이 상실될 정도로 위기에 처하면 미국을 무시하고 러시아와 화해해 나갈 수도 있다. 이는 곧 미국이 추동하는 양극체제가 무너진다는 것을 의마한다.

이렇듯 미국의 경제적 분리전략은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분리구축에 오랜 기간이 걸릴 뿐 아니라 이미 중국, 러시아와 밀접한 경제관계를 갖고 있는 유럽과 한일이 그대로 추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특히 러시아 제재로 미국은 군수, 원유, 가스를 러시아를 대신해 유럽 등지에 고가로 공급하면서 천문학적 이익을 보고 있다. 반면 유럽이나 한일은 최악의 경제위기를 겪는 조건에서 미국과 이해를 계속 같이 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미국 경제체제가 이러한 공급망 분리에 따른 인플레이션 고통과 금리인상을 감당할 정도로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은 지난 2년간 $59천억(7,700조원)에 달하는 돈 찍어내기(양적완화)를 단행하여 거품경제를 더 키웠지만, 그 결과 인플레이션이 심화되었다고 판단하고 양적축소(QT)와 파격적인 금리인상 정책으로 전환하였다. 그러나 지금의 인플레이션은 양적완화의 결과라기보다 대중러 적대정책에 의한 공급망 파괴와 에너지가 상승요인이 더 크다. 양적완화 자금의 대부분은 주식, 채권 등 금융부문에 투입되었고, 직접적 물가인상 요인이 되는 실물거래에는 적은 비중만 투입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금리인상이 되어도 인플레이션은 잡히지 않는다.

아울러 양적축소와 금리인상이 계속되면 채권, 주식, 파생상품 등이 부도나면서 거품경제는 붕괴한다. 이는 곧 달러체제 붕괴로 이어진다. 미 정부나 연준도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양적축소는 계획된 양보다 축소되어 진행되었고 (6~8QT예정 미국채 600억달러, 모기지 담보채권(MBS) 350억달러 였지만 실제 집행은 7월말 현재 미국채 366억달러, 모기지채권 0. 미국은 2008년 모기지 사태 재현을 막기 위해 양적축소 0은 물론 추가 양적완화 $100억을 실시해 금리인상을 억제, 모기지 파산을 막고 있다. 그럼에도 모기지 금리 6%로 상승. “미연방은행이 QT를 할 수 없는 이유” <통일의 건널목에서> 7.31) 유럽중앙은행(ECB)이나 일본은행은 오히려 양적완화를 지속해 미국의 금리인상과 양적축소에 따른 위험을 보완하였다.

그러나 미국은 금리인상의 유리한 지점인 세계 각지의 자금을 쓸어 모으고, 신흥국 부채 부담을 가중시켜 미국 진영에 가담하라는 회유, 협박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형적인 달러의 정치화다. 그렇지만 자국 부담도 크기에 일정 시기가 되면 다시 금리인상을 중단하고 양적완화를 재개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인플레이션은 더욱 심해진다.

이렇듯 미국은 금리인상과 양적축소를 계속하면 금융시장이 붕괴되면서도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없고, 금리인하를 재개하면 거품은 더 쌓이고, 달러가치는 떨어지고, 고도 인플레이션으로 나아간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늪에서 헤어나기 어려울 것이고, 달러위기는 더욱 증폭될 것이다.

여기에 중러 중심 브릭스에서 예고한 대로 내년에 새로운 기축통화를 내오고 각 국이 사용하기 시작하면, 달러지위는 급속도로 추락할 것이다. 이미 브릭스 국가들 간에는 달러를 배제하고 자국화폐나 위안, 루블화 거래가 결정적으로 증가했다. 이미 유라시아경제연합(EAEU)국가들 사이에서는 자국통화결제가 일반화되었다고 한다 ("Russia's Sergey Glazyev introduces the new global financial system" <MRonline> 4.16) 대안통화체제가 확대 되어 가면 자주화된 정부들은 제재의 상징인 달러를 더 이상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게 되고, 달러채권(국채 포함)도 내다팔아 달러체제는 붕괴한다. 그 기간이 어느 정도일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유럽이 미국 요구를 거부하고 러시아와 화해하는 시기와 거의 일치할 것이다.

3) 부상하는 브릭스(유라시아) 경제질서

미국, 유럽, 한일 등이 경제위기에 시달리는 반면 중국, 러시아, 인도 등은 탄탄한 경제성장과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즉 서방의 경제위기가 중러 등에 전이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이것은 경제위기가 경기순환과정의 어쩔 수 없는 과정이 아니라 미국, 서방의 잘못된 경제정책과 대외정책의 결과임을 의미한다. 여기에 더해 탄탄한 제조 능력과 식량, 에너지, 자원을 보유한 중국과 러시아가 더 이상 기생적이고 약탈적인 달러금융자본의 지배를 용인하지 않으려는 정책을 확고히 하면서, 미국의 제재는 부메랑으로 돌아가 서방 경제위기의 한 요인이 되었다.

중국은 인플레이션율이 이전과 별 차이 없는 2.5%대에 머물고, 수출은 3개월 연속 증가해 7월에는 지난 해 같은 기간 대비 18%나 늘어나 무역흑자는 10126000만 달러에 달했다. 4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낸 한국과 현격한 대조를 보인다. 러시아도 인플레이션 율은 서방의 제재로 15.9%(6월 현재)에 달하지만 가스, 원유의 기록적 수출에 힘입어 무역흑자가 지난 5월까지 1055억 달러에 달해, 그 자금으로 사회적 지원금과 연금을 물가에 연동하여 지원하고, 최저 임금 10%인상및 일부 부채탕감도 실시해 서민경제를 안정시키고 있다. 또 밀 생산도 올해 13천만톤에 달하는 대풍을 예고하였다. 인도도 IMF가 올해 세계 최고 경제성장율인 7.5~8%를 예측할 정도로 탄탄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인도는 유럽이 제재한 러시아산 원유를 싸게 대량으로 들여와 유럽에 되팔아 막대한 차익을 남기고 있다. 브라질도 지난해 4.6% 성장한데 이어 올해도 4%이상의 경제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 등 서방경제권과 중러등 브릭스국들과의 경제상황의 차이는 이미 미국 중심 신자유주의 경제체제가 중러 등에게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러중은 우크라이나전 승리와 대만포위 군사 행동을 통해 확인된 군사능력과 탄탄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경제질서를 구축하는 사업을 본격화 하고 있다. 이른바 브릭스(유라시아)경제질서(가칭).

세계질서를 새로 구축한다는 것은 국제적 합의에 기초하여 그 지향과 목표에 맞는 제도와 법, 규칙과 규범을 새로 세운다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이 질서를 추동하는 핵심국가들이 필요할 것이다. 기존 미국 일극질서에서는 미국이 예외주의를 내세우며 자신만의 이익을 위한 질서를 강요하였다면, 다극질서에서는 여러 개의 극이 되는 국가들 간의 호혜와 협력, 견제와 균형으로 주권존중과 평등, 평화의 세계질서를 실현하려는 것이다.

브릭스경제질서는 브릭스5개국을 축으로 브릭스플러스와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아세안(ASEAN), 아프리카연합(AU) 등 국가들이 참가하는 다극화 경제질서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푸틴대통령은 "진정한 주권국가"만이 변화된 환경에서 성공할 수 있, "진정 혁명적"이고 "거대한" 지정학적 변화가 "조화롭고 공정하고 공동체 중심적이며 안전한" 새로운 세계질서의 창조로 이어질 것”(류경완의 국제평화뉴스” <통일시대> 7.25.(558))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볼 때 브릭스경제질서는 국제적 남남협력을 근간으로 외세에 기대거나 휘둘리지 않는 진정한주권국가들간의 평등의 협력적 세계질서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에 지배되는 지금의 주요 유럽 국가들이나 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은 이 질서에 참가하기 어려울 것이다. 반면 지난 614차 브릭스정상회의에서는 브릭스 국가 이외에도 13개 국가들(알제리, 아르헨티나, 캄보디아, 이집트, 이디오피아, 치지, 인도네시아, 이란, 카자흐스탄, 말레이시아, 세네갈, 태국, 으즈베키스탄)이 초청되어 5대륙간 남남협력을 과시했다. 이 회의 결과 알제리, 아르헨티나, 이란, 이집트,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브릭스플러스에 참여를 신청했다. 이들 국가들은 브릭스 경제질서를 세우는 주요 국가군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브릭스경제질서는 기존 달러처럼 일국 통화가 세계기축통화가 되는 폐단을 극복하기 위해 브릭스 5개국의 통화 바스켓(basket)에 기반한 새로운 기축통화와 독자의 국제결제시스템를 준비하고 있다.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지난 6월 브릭스 비즈니스 포럼에서 "우리 나라 통화 바스켓을 기반으로 국제 준비통화를 만드는 문제가 해결되고 있", "서구 금융시스템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국제 결제를 위한 신뢰할 수 있는 대안 메커니즘"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중러는 이미 자국의 통화결제시스템인 CHIPSSPFS를 상호 연동 시험운용하고 있다.

또 러시아 최대 은행 스베르방크는 내년(2023)에 새로운 기축통화와 결제시스템을 개통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기축통화가 출현하여 본격적으로 사용하게 된다면 달러체제는 심각하게 위협받을 것이다.

그리고 브릭스경제질서는 더 이상 금융이 아닌 식량과 에너지, 자원을 중심으로 구축되어질 것이다. 무릇 본래의 경제원리란 자국 인민의 생활과 발전을 위한 자원, 기술, 생산과 분배원리다. 이 원리를 실현하기 위한 필수요소는 금융이 아니라 식량, 에너지, 자원인 것이다. 이 기본원리를 무시하고 오직 투기적이고 기생적인 화폐놀이(금융이익과 부동산 지대수익 같은 불로소득)에 중점을 둔 신자유주의 경제원리로는 각국의 평등한 발전과 세계인민의 삶을 보장할 수 없다. 세계는 신자유주의로 다시 돌아가지 않는다.

중요한 점은 브릭스 경제질서에 참여한 대부분 국가들이 이러한 기초 자원 부국이라는 점이다. 특히 세계의 원유와 가스의 매장량의 65%를 이들 나라들의 국영 석유가스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다. 세계적인 에너지 분석업체 우드매켄지(WoodMackenzie) 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의 석유와 가스의 확정매장량의 65%가 러시아 2개사, 사우디 아라비아, 이란, 카타르, 아랍 에미리트, 베네수엘라 등 국영석유가스회사의 보유다. 7개회사를 묶어 "신 세븐시스터즈" 라고 부른다. 1940~70년대에 미국계 7개사와 영국계 2개 석유회사가 세계의 석유이권의 대부분을 지배했지만 지금의 미국측은 전 세계 석유가스의 30% 밖에 보유하고 있지 않다. (“자원을 가진 비미측이 금융인 미국측에 승리한다” <통일의 건널목에서> 7.20. https://cafe.daum.net/flyingdaese) 또한 러시아를 필두로 많은 나라들이 식량 수출국이자 자원 보고국이다. 러시아는 식량과 200여 가지 자원 수출을 비우호국에 대해서는 통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러시아는 루블을 금자원본위제로 암호화폐화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른바 골든 루블(Golden Ruble)이다. 금의 양이 적기 때문에 러시아는 원유, 가스등 자원도 지수화하여 화폐발행의 근거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중국 위안 역시 유사하게 나아갈 것이다. 루블, 위안화가 실물가치에 기반하게 되면 아무런 가치담보도 없는 달러는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또 지금과 같은 가상의 신용팽창(레버리지)에 의거한 금융거품은 사라질 것이다. 금융수탈체제의 종식이다.

주목할 점은 최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그와 인도 뭄바이를 잇는 7,200km에 달하는 복합 국제북남운송로(The International North South Transport Corridor (INSTC))가 완공되어 운영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러시아, 이란, 인도를 축으로 주변 10개국이 참여한 이 대형 (철도, 수로 복합)운송로가 10년만에 완공됨으로써, 기존 지중해와 수에즈운하를 거쳐 인도로 가는 운송기간을 절반으로 단축하고, 비용도 30%이상 절감하는 효과를 거두게 되었다. 그러나 이 경제적 손익보다 중요한 것은 이 교통로는 유럽이 제외된 신흥국간의 협력에 의해 건설되었고, 또 중국의 일대일로와도 밀접히 연계된다는 점에서 브릭스 경제질서 구축의 기본 지향인 남남협력의 한 전형을 세웠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세계는 부상하는 새로운 경제질서를 보고 있다. 미국은 이의 저지를 위해 신흥국들을 회유 압박하겠지만, 이를 막아내고 새로운 질서를 내오려는 브릭스 진영의 힘과 더 이상 외세에 간섭받지 않으려는 당사국의 의지도 커졌다. 중남미 거의 모든 나라들이 미국의 간섭을 뿌리치고 자주적 정부를 세운 것도 이 흐름의 일환이다.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자주권을 지키고 주권평등의 새로운 질서를 향한 의지를 높이고 있다.

 

4. 반전평화가 길이다.

이렇듯 미국패권의 추락은 확정적이다. 그러나 역사가 증명하듯이 제국은 조용히 물러난 적이 없었고, 항시 거대한 전쟁이 동반되었다. 미국 외교정책의 거두 전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는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과 인터뷰에서 워싱턴이 전통적 외교의 거부와 위대한 지도자의 부재로 세계를 러시아, 중국과의 전쟁의 벼랑끝으로 몰아가고 있다고고 비판했다.(“US ‘on brink’ of war with Russia and China Kissinger”<RT> 8.13)

특히 미국은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조차 인정했듯이 건국 이후 지금까지 246년간 전쟁을 하지 않은 기간이 16년에 불과할 정도로 인류 역사상 가장 호전적 국가다. 지금처럼 자신들의 패권적 지위가 위태로운 조건에서도 여전히 자신들의 힘이 세다고 믿고 있는 미국이 순순히 자신의 지위를 내려놓을 리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보여주듯이 대만과 한반도 전쟁위기를 기우로만 볼 수 없다.

이제 가장 중요한 것은 한반도의 전쟁을 막고 평화적 전환을 이루어 나가는 일이다. 반전평화를 실현하는 것은 곧 미국의 호전적 시도를 막아 나라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는 것이요, 자주권을 세우는 길이다. 전쟁으로 흥한 나라가 전쟁을 못하면 그것은 곧 무너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남북해외의 연대를 기본으로 세계 반전평화 애호시민들과도 연대를 통해 이 세계적 전쟁기도를 막아내야 한다.

미국이 쇠퇴하면 한반도 분단의 장벽은 결정적으로 무너진다. 그 뒤에는 남북이 서로 합심하여 전면적 관계개선과 통일을 실현하는 길이 열릴 것이다. 이제 한반도 통일이 이루어지면, 통일된 한반도는 강력한 주권국가로서 당당히 다극화세계질서의 한 극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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