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북녘 여성들도 육아와 직장 문제로 고민이 적잖을 텐데요, 성차별 문제를 겪지 않는지 궁금합니다.

 

 

 

[] 북녘 여성들도 육아와 직장 문제로 고민이 적잖을 텐데요, 성차별 문제를 겪지 않는지 궁금합니다.

 

 

“북의 여성들은 남녀차별이 있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오히려 남쪽에 와서, 육아와 출산을 여성의 문제로 보고 있는 것에 놀랐어요.” 북측 여성들의 일과 삶을 생생하게 들어보려 만난 대구에 사는 평양시민 김련희씨 얘기입니다.

 

남쪽에서도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남성이 느는 등 출산과 육아는 여성이 전담해야 한다는 낡은 인식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는데요, 북의 경우 전혀 다른 접근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합니다. 출산과 육아는 기본적으로 국가가 책임져야 할 문제라는 겁니다. 국가가 탁아소, 유치원, 밥공장 등을 운영해 가정과 여성의 역할로만 한정해 생각하지 않습니다. 개별 가정과 여성이 육아를 전담하는 게 아니라, 국가가 육아를 기본적으로 책임지는 전혀 새로운 접근 방법입니다.

 

어린 자녀가 있는 직장 여성(출산 휴가 240) 의 경우 6시간 근무제가 적용돼 퇴근하면 탁아소나 유치원에서 아이를 찾아 귀가한답니다. 그리고 집에서 부엌일과 청소, 아이들과 놀기 등은 부부가 나눠 한다는데요, 북도 2000년대 이전엔 가사노동을 경시하는 남성들이 적지 않았는데 요즘 30~40대 남성들은 그렇지 않다고 하네요. 또 회식도 회사 식당 등에서 저녁 8시 반이면 마무리하고, 10시면 상점들이 모두 문을 닫는다고 합니다.

또 직업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없답니다. 여성은 사무직이나 서비스직은 물론, 기계나 중장비 기사, 전투기 조종사나 탱크병 등 군인과 기업소 지배인에 이르기까지 남성과 별 차이 없이 많은 직종에 종사합니다. 취업(직장 배치)은 남쪽처럼 개인이 입사지원서를 들고 개별 기업에 지원하는 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국가가 배치를 담당합니다. 일자리 공급은 국가의 의무이며 해고는 큰 과실이 아닌 한 거의 없다고 합니다. 승진과 처우에서도 남녀 차별이 없으며 자기 분야의 전문성 정도에 따라 급수로 정해진다고 하네요.

 

북도 남쪽처럼 봉건 전제와 유교적 관습이 적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이런 변화가 가능했을까요? 북이 전쟁을 거친 뒤 사회주의 건설의 첫 단계 조치로 실시한 ‘가족제도 개혁’의 영향이 컸다고 합니다. 봉건적인 남성우월주의적 가부장제와 혈연을 중시하는 유교문화에 따른 전근대적 가족제도가 사회주의 건설에서 큰 장애로 나타나 해결해야 할 필요가 커진 거지요.

 

구체적으로는 봉건적인 씨족 위계를 타파하고 ‘사회주의적 가족제도’를 확립해 ‘가족’을 생활의 최소단위이자 사회주의의 실습장으로 만들고자 《조선가족법》을 제정했다고 합니다. 북의 ‘사회주의적 가족 개념은 전근대적 위계와 사적 소유에 따른 각종 낡은 사회관습을 근절하고 가족 상호간의 평등, 특히 남녀간의 평등을 실현하는데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1946년에 제정된 《북조선 남녀평등권에 대한 법령》은 여성의 선거권과 피선거권 보장, 강제결혼 반대, 이혼의 자유 및 양육비 소송권 인정, 일부다처제 반대, 공창과 사창(성매매) 반대 등의 내용을 담아 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문화 모든 영역에서 여성은 남성과 평등한 권리를 갖는다고 명시했답니다. 이는 남쪽(《남녀고용평등법》, 1987)보다 40년이나 앞서 법제화됐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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